Monday, October 19, 2015

프로그래머가 되기 까지의 회고 (1) - 태어나서 초등학교 시절까지

프로그램 좀 해봤던 사람들의 글의 내용이
컴퓨터를 처음 접했을 때나
어린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해봤다로 얘기하는 걸 보고
나도 한번 얘기를 해볼까 한다.

1. 컴퓨터라는걸 처음 본 건 초등학교 3학년때인 1987년이었다.
그때 당시에 컴퓨터 학원이라는 데에 엄마와 처음 갔는데
내 기억으로는 분명히 컴퓨터를 배우고 싶다는 얘기도 안했을 뿐더러
컴퓨터에 컴 얘기도 하지 않았다.
그런데도 컴퓨터 학원에 데려갔고 중학교 가기 전까지 매년 몇 달씩 다녔던 기억이 난다.

나중에 안 사실이지만
학원 원장님이 엄마의 지인과 아는 사이였고, 엄마도 원장님하고도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던 터라 원장이 엄마를 꼬셨겠지... 애 공부 잘 하게 하려면 학원 보내야 한다고.
그도 그럴 것이 그 전에는 주산 학원이라는 걸 다녔는데
내가 부지런히 다닌 기억은 있어도 잘했다는 기억은 없는데
엄마는 아마 내가 잘 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.

어쨌든 주산이던 컴퓨터던 산수하는 거고 머리써야 하는 건 일맥 상통하는 짓이라 생각해서
내 의지와 상관 없이 그런 학원을 다녀야 했다.

지금 학원이야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그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짜는 식으로 배우지만
그 당시의 학원은 그렇지 않았고 논리력, 수학능력, 사고능력을 배양한다는 취지 아래 BASIC이라는 프로그래밍도 가르치고 순서도도 그리는걸 가르치는 그런 학원이었다.

기억나는 건 국어, 영어, 수학 점수를 가지고 IF문으로 총점, 평균 구하기나
FOR문 중첩으로 돌려서 숫자나 별을 찍는 프로그램을 짜는 게 고작이었다.
좀 난이도 있는 걸 짠다 그러면 달력 출력하는 프로그램 만드는 거 정도.

하지만 컴퓨터 학원을 다니는 중요한 목적 중에 하나는 바로
원장님을 비롯해서 그 학원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
게임이나 기타 소프트웨어를 대놓고(?) 복제해서 쓰는 것이었다.

매주 금요일 전까지 학원 복도에 붙어 있는 게임 목록을 보고 디스켓(디스켙?)에 게임 이름과 내 이름을 적어서 봉투에 넣어 놓으면
주말에 학원에서 게임을 복사해서 그 다음주에 주는 식이었다.
이런 경로로 여러 게임들을 해 봤는데
정작 되는 게임은 둘 중에 하나 정도였고
그나마 인기있는 게임에 몰린 터라, 인기 게임만 하게 되었다.

기억나는 게임은 남북전쟁이어다.
16색 컬러를 지원하는 게임에다가 2인용 모드까지 지원하는 게임이라 인기가 높았다.

<남북전쟁 게임 세팅 화면, 가운데 아래 사진찍는 사람의 엉덩이를 마우스로 클릭하면 요란한 사운드와 함께 사진을 찍는 움직임을 보여준다.
출처: gamesnostalgia.com>

그 학원에 매년 몇 달씩 다녔고
쓰던 PC도 차츰 업그레이드 되어 갔다.

맨 처음에는 MSX라고 키보드 본체 일체형에 TV 연결해서 쓰는 PC 썼다.
전원 스위치 넣고 기다리면 처음부터 basic 프로그램이 떴는데
바로 코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.
저장 장치는 카세트 테이프였는데 그 시기 흔하게 볼 수 있던 그런 카세트 테이프였고
난 음악 재생하는 용도로 쓰는 줄 알았는데 PC에서도 쓰는 걸 알고는 많이 신기해했다.

<컴퓨터 학원에 처음 가자마자 앉아서 봤던 컴퓨터로 MSX2 기종이다. 놀랍게도 키보드 본체 일체형이다!
출처: Wikipedia>

그리고 그 다음해에는 IBM-PC를 썼는데
초록색 글자가 나오는 브라운관 모니터에
디스켓 2장을 넣을 수 있는 PC 였다.
하드디스크는 달려 있지 않아서
A드라이브의 디스크는 MS-DOS, BASIC로 쓰고
B드라이브의 디스크는 프로그램 저장 용도로 썼다.
저장이야 텍스트로 하는게 고작이니 360K 저장용량이면 충분히 쓰고도 남았다.

<내가 컴퓨터 학원에서 쓰던 것과 좀 차이가 있긴 하지만 투박한 본체, 브라운관 TV만큼 큰 초록색 흑백 모니터를 보면 옛 추억이 떠오른다. 모니터 중에 하얀색으로 나온 것도 있는데, 애들끼리 초록색이 좋다 하얀색이 좋다 하면서 취향 얘기를 했던 기억도 따오른다.
출처: Wikipedia>

초등학교 (당시 국민학교) 시절까지 그런 PC를 썼었고
중간에 HD 디스켓으로 업그레이드 된거 빼고는 사양은 큰 변화는 없었다.
내게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이라는 기억은 이런 기억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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